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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레슨

15. 웹과 앱을 연동시키자

 




 몇 년전 모바일 개발을 같이 하던 분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모임에 참석하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이폰이랑 안드로이드 플랫폼 중에 어떤 것이 더 개발하기 쉬운지, 향후 어떤 것을 선택해야 수익성이 더 좋을지, 지금 앱 시장에 도전해도 승산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은 기존 모바일 업체에 종사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앱스토어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주변만 봐도 바쁜 회사업무로 인해 아직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어두웠던 모바일 업계의 환경을 같이 경험했던 필자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현재 스마트폰 열풍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불과 일년전만에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의 대세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였다. 그 당시 한국에서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은 반드시 위피를 탑재해야 했다. 위피가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수많은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옛 정보통신부가 위피 탑재를 의무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플랫폼 위피는 국내 이통사를 보호하는 장치로 역할했으며 외국산 휴대폰의 국내시장 출시를 막았다는 비난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위피가 한국 모바일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피 이전 수많은 플랫폼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라면 위피로 인해 중복개발의 불편함이 해소된 점이 얼마나 큰 혜택이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프로그램을 다양한 플랫폼에 맞게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MS의 원도를 모두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앱 시장에 새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장에 뒤쳐질 수 있다. 그런데 개발해야 하는 서비스가 반드시 모든 플랫폼에서 돌아가야 하는 앱이라면 방법이 없을까? 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모바일 웹과 연동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웹과 연동된 앱, 무엇이 좋은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앱은 앱스토어 같은 특정 마켓에서 판매되는 응용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는 원도라는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계산기 응용프로그램처럼 휴대폰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금 대부분의 앱은 단독으로 동작하는 스탠드얼론(Stand alone)형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앱들이 웹과 연동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앱의 대부분의 기능이 웹으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연결이 자유로운 환경이라면 굳이 플랫폼에 맞추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 없이 웹을 잘 구축하고 앱은 웹 서비스에 연동시키면 모든 폰에서 지원 가능한 서비스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앱, 안드로이드 용 앱, MS용 앱 이렇게 세 가지의 앱을 만들면 개발비도 많이 들고 서비스가 수정될 때마다 유지보수에 많은 추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웹의 경우는 다르다. 웹 서버만 수정하면 앱은 전혀 수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앱스토어에는 카테고리에 따라 여러 가지로 앱들이 분류된다. 하지만 사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유용한 자료는 포장만 잘하면 모두 앱이 될 수 있다. 그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아직 이런 작업을 쉽게 해 줄 수 있는 툴이 없거나 사람들이 이런 내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갈수록 수많은 웹과 연동된 형태의 앱들이 등장할 것이다. 



매시업(Meshup)을 하자 

매시업이란 원래 음악분야에서 사용된 용어로 서로 다른 곡들을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IT분야에서 사용되는 의미 역시 동일하다.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상의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서로 조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것을 매시업이라 한다.

이 매시업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API란 단어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API란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을 보다 쉽고 다양하게 개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도구이다. 과거에는 이런 API들이 프로그래머들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외부에 쉽게 공개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구글 지도와 부동산 정보를 연동시킨 ‘하우징 맵’이란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API들이 구글을 통해 제공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도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 포털업체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외부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매년 이런 API를 사용한 매쉬업 경진대회까지 개최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보면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런 매시업 서비스를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이제 포털업체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공기관들도 자신들의 정보를 오픈하는 등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는 개발자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앱에 활용될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변화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구축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활용만 잘 한다면 수많은 유용한 정보를 자신의 프로그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매시업이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단점도 존재한다. 매시업은 결국 남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원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사라진다면 그 서비스 역시 동시에 중단되는 위험이 따른다. 필자는 최근 이슈가 됐던 구글의 음성검색 서비스를 활용한 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앱의 경우 원천 서비스인 구글 음성검색 서비스가 중단되면 앱의 일부 기능이 중단되는 위험이 있다. 중단상황이 아니더라도 원천 서비스의 형태나 포맷이 변경되면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수정해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시업 API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업체는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오픈 API를 활용한 앱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권장하고 싶다. 같은 정보라도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파악하고 이를 응용해야지 그 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웹을 활용한 앱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국 웹을 활용하는 것도 매시업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관점의 차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앱이라고 하면 핸드폰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돌리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며, 웹을 연동하는 것도 그 중 한 가지이다.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웹을 연동하는 방법과 웹 상에 오픈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면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앱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가? 그럼 이미 상용화된 수많은 웹 서비스들을 살펴보자. 매년 우수한 웹 서비스로 선정된 아이디어들도 좋고 특정분야에 대한 기발한 서비스들도 좋다. 기존의 훌륭한 웹 서비스들을 살펴보는 동안 앱과 연동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