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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레슨

14. 잘 팔리는 앱 만들기, 핵심컨셉으로 승부하라





 어제 개발자들과 오랜만에 만나 회식을 했다. 뭐를 먹을까 고민하다 근처에 회전초밥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 접시 위에 담겨있는 형형색색의 초밥들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행복한 고민도 잠시. 빙빙 돌고 있는 초밥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앱스토어에서 성공하는 앱도 회전초밥집의 초밥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각각의 접시 위에 담겨 있는 초밥은 모두 다르다. 소비자는 수많은 초밥을 보고 맘에 드는 초밥을 선택한다. 고객에게 유혹하는데 성공한 초밥은 팔리고, 그렇지 못한 초밥은 빙빙 돌다가 사라진다. 이런 얘기를 주변 개발자 분들에게 했더니 직업병이 단단히 걸린 것 같다며 웃으셨다. 하지만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초밥을 선택하는 과정은 앱스토어의 앱이 선택되는 과정과 너무 닮았다. 오늘은 고객의 눈에 띄는 초밥처럼 수많은 앱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알릴 수 있는 앱을 만드는 원칙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중요한 부분이니 꼭 기억하도록 하자. 



핵심컨셉, 한 가지만 전달하라 

필자는 강의를 할 때 청중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시간을 할당해, 같이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앱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하면 같이 참여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다양한 아이디어 회의를 참여하면서 느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처음엔 간단한 컨셉을 가지고 있던 앱이 회의를 할수록 이것 저것 기능이 추가돼 점점 거대한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앱에 대한 기획을 처음하는 사람일수록 흔하게 발생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기능을 넣어 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 제품이 소비자를 유혹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기능상의 다양함을 강조하다 보면 제품에 대한 컨셉이 모호해지고 제품의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필자는 앱 기획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 항상 딱 한 가지 핵심 컨셉을 만들어 거기에 집중을 하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명확한 핵심 컨셉이 없으면 제품의 아이콘이나 설명에 대한 문구를 작성할 때 제품내용을 쉽게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만큼 소비자의 눈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문장으로 그 주된 기능을 설명할 수 없다면 핵심컨셉이 불명확한 앱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기능을 넣다 보면 결국 개발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필자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부수적인 기능을 개발하다가 비슷한 컨셉을 가진 다른 앱에 시장을 선점 당했던 경험이 있다. 충분히 해당 아이디어가 시장의 첫 번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었는데 중요하지 않은 기능에 집착한 것이 화근이었다.

앱 시장은 결국 누가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남들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는지가 성공을 결정한다. 꼭 세부적인 기능을 넣고 싶다면 일단 핵심기능을 제공하는 버전으로 시장에 출시한 다음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대응해도 결코 늦지 않다. 핵심컨셉이 정해졌다면 그 기능만이라도 제대로 구현해서 빠르게 출시하자. 



나눌 수 있다면 시리즈로 만들어라 

앱을 기획하다 보면 동일한 기능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 마술'이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마술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개발자는 많은 기능을 모두 하나의 앱 안에 넣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기능이 많으면 뭔가 더 가치가 있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하나의 제품에서 제공하려는 기능들이 독립적으로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누어 제공하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마술이 여러가지 있다면 먼저 그 중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을 만한 기능을 선별한다. '폰번호 맞추기'란 마술이 앱으로 제작되었을 때 가장 매력적일 것이란 느낌이 들면 일단 그것만 개발해서 '휴대폰 마술 1탄 전화번호 맞추기'란 이름으로 오픈을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괜찮은 반응이 있다면 다른 종류의 마술로 '휴대폰 마술 2탄 나이 맞추기' 같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출시를 한다. 

이 경우 '휴대폰 마술 2탄'을 다운을 받은 사람들은 제목에 '2탄'이란 단어가 있는 것을 보고 "아, 1탄도 있겠구나 찾아봐야지"하며 기존에 판매된 1탄 앱을 찾게 된다. 즉, 간접홍보를 하는 것이다. 이런 분할을 통한 판매의 대표적인 예로는 '베이비 폰'이 있다. 이 앱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대박이 나자 이를 수십 개의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 제품을 출시했다. 결국 핵심 컨셉은 동일하지만 그 컨셉이 고객한테 어필할 수 있다면 수십 개의 버전은 모두 개별적인 앱으로 판매될 수 있다. 


앱 시리즈 홍보는 기본, 매출도 ‘쑥쑥’ 

이렇게 하나의 컨셉으로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 마다 기존 앱들을 간접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는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출시되는 앱들에 의해 자연히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고 점점 고객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리즈 앱은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기존의 앱에 대해 간접 홍보를 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에 '귀신카메라'라는 앱을 만들었다. 특정 이벤트에 의해 귀신이 나오는 컨셉을 간단한 제품으로 하나의 앱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에 따라 귀신을 나오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앱을 분할해서 판매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1, 2탄으로 나누어 출시했다. 처음에 1탄을 출시하고 상위순위에 랭크됐지만, 2주정도가 지나자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 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2탄을 출시하는 순간 자연스레 1탄에 대한 간접홍보가 이루어지면서 1탄도 판매량이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2탄이 1탄을 간접홍보 해준 셈이다. 현재 3탄도 기획 중인데 이처럼 시리즈 앱인 경우는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이유는 수익적인 측면이다. 하나의 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아무리 인기있는 앱이라도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는 한계금액이 있다. 한 가지 기능이 10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해서 100개의 기능을 넣은 앱을 10만원에 팔 수는 없다. 하지만 앱을 잘게 쪼개면 얘기는 달라진다. 1000원의 가치가 있는 한 가지 기능을 하나의 앱에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100개의 버전을 제공하여 모든 버전에 대한 구매가 이루어지다면 10만원의 수익 발생하게 된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버전이 다르고 어떤 소비자는 여러가지 버전을 동시에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컨셉이 명확해야 하고, 제품 자체의 내용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앱들 중에는 충분히 분할 판매를 해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복잡한 앱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이를 시리즈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앱인지 연구해보자. 약간의 차이가 수 십배의 수익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엄청난 기대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버블 닷컴의 생존자가 1%에 불과했던 것처럼 이 시장의 생존자 역시 한정돼 있다. '내 아이디어는 대박이야. 이제 떼돈 벌게 생겼다'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필자에게 자신의 앱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디어로 끝이 나고 설령 어렵게 개발을 마치고 등록을 한 뒤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실망을 하며 풀이 꺾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처럼 앱스토어에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 할 같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실제 수익까지 연결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필자는 처음 이 시장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간단한 앱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자신의 앱을 기획하면 욕심이 나게 마련이다. 조금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싶고 이것저것 수정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많은 기능을 추가하다 보면 결국 컨셉없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추가하지 말고 한 가지 핵심 컨셉을 정해서 거기에 올인하자. 복잡하지 않아도, 기능이 적어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컨셉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성공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