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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기사 <사랑 그리고 희망 - 2009 대한민국 리포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110901030724152004

 

<사랑 그리고 희망 - 2009 대한민국 리포트>

 


베이비폰·지하철역 알림폰…

 당신이 개발한 상품 ‘ 생각대로 이뤄드려요’ 
 
3부. 희망한국, 더불어 키운다 - (20)SK텔레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연구공원 내 SK텔레콤연구소 MD테스트센터에서 인기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인 유재현(왼쪽), 이민석(가운데), 박지유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심만수기자 
 
 

‘장난감보다 휴대전화를 더 좋아하는 아기에게 휴대전화를 안심하고 잠시 맡겨둘 방법은 없나.’ ‘도착역에 이르면 나를 자동으로 깨워주는 휴대전화는 없을까.’ ‘이중모음을 휴대전화에 입력할 때는 꼭 두번이나 눌러야 하나.’ 아기를 길러봤거나, 전철 안에서 깜박 잠이 든 경험이 있거나, 단문메시지(SMS)를 자주 사용해봤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반갑게도 이 고민을 풀어준 해결사들이 나타났다.

간편하게 소프트웨어(SW) 하나만 설치하면 휴대전화를 아기용 장난감으로, 도착역 알람기로, 원터치 이중모음 입력기로 각각 둔갑시키는 ‘마술’을 고안해낸 주인공은 바로 유재현(33·팜미디어 근무), 이민석(26·서울시립대 행정학과 3년), 박지유(31·노바펙스모바일 근무)씨 등 3명이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연구공원 SK텔레콤연구소 MD테스트센터에서 만난 이들 3명은 놀랍게도 대형 이동통신 업체나 휴대전화 제조사에 다니는 직원이 아니었다.

이들 3명은 평범한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이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유씨는 “두 살짜리 아기가 있는데, 장난감보다 휴대전화를 더 좋아한다”며 “이리저리 눌러 보다가 엉뚱한 곳에 전화를 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즐거움을 뺏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베이비폰’이라고 이름 붙인 SW를 만드는 동기가 됐다.

이 SW를 설치한 뒤 구동시키면 휴대전화의 번호키를 누를 때마다 12개의 동물그림과 소리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유씨는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행정학도인 이씨는 독특하게도 독학으로 SW 개발법을 익혔다. 그는 ‘지하철알리미’의 개발 동기에 대해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SW 개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곤 했는데, 평소에 잠이 부족해서인지 전철만 타면 졸다가 도착역을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서울 시내 전철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인근의 기지국 위치값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해당 역에 도착하기 전에 인근의 기지국과 휴대전화가 교신을 하게 되어 있어 기지국의 위치값만 연결해 놓으면 자동으로 알람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70여명이 일하는 중소 단말기 개발사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씨는 “신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한번의 터치로 이중모음을 입력할 수 있는 문자 입력 프로그램인 ‘터치라이터’(가칭 스카이터치)를 회사 차원에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상에서 끌어올린 아이디어에 대한 호응은 뜨겁다. 특히 ‘베이비폰’은 휴대전화용 콘텐츠를 사고파는 인터넷장터인 SK텔레콤의 ‘T스토어’(www.tstore.co.kr)에서 한달 보름여 동안 줄곧 하루단위, 주간단위 모두에서 유료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프로그램 판매가격은 2900원.

한 네티즌은 “아기가 112, 119에 전화를 걸어 고생했는데 덕분에 한숨 덜었다”는 사용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지하철알리미’도 T스토어 유료판매 순위 3위를 달리고있다.


유씨와 이씨는 SK텔레콤이 최근 제작한 T스토어의 TV CF에도 깜짝 등장,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들은 “T스토어와 같은 판로나 창구가 없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SW 특성상 개발자 개인이나 중소기업으로서는 마땅히 얼굴을 알리거나 판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SW는 대형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사에 납품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개인 자격으로는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모바일 콘텐츠 인터넷장터가 생긴 게 이제 초기여서 개인 개발자나 중소 개발사가 이를 통해 자립기반을 만들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으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도전과 창업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이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지난 9월9일 문을 연 T스토어의 현재 회원 수는 10만5000여명, 등록 개발자 수는 개인 450여명과 법인 180여개사다. 이곳에 올라간 콘텐츠 수는 유·무료 포함해 2만4000여개로, 현재까지 총 다운로드 수는 33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T스토어 담당자인 SK텔레콤의 김성균(30) 매니저는 “시중에 보급된 단말기 가운데 T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1000만여대”라며 “앞으로 사용자 저변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T스토어를 만든 이유는 이통의 경쟁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융합화되면서 더 이상 혼자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생태계 간의 경쟁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인 개발자나 중소 개발사를 우군으로 더 많이 끌어들인 기업이 결국 앞으로는 생존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